저도 처음엔 그냥 우울증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잠을 자도 피곤한 상태가 이어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가 찾아왔을 때도 "드디어 나아지고 있구나"라고 여겼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반복되면서 이건 단순한 우울증과는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조울증과 우울증, 겉으로 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진단 기준도, 치료 방향도 꽤 다릅니다. 우울증 진단기준, 생각보다 촘촘합니다우울증은 막연히 "기분이 안 좋은 상태"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이게 꽤 엄격한 의학적 기준이 있는 진단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정신과에서 사용하는 우울증의 공식 진단 기준에 따르면, 아래 9가지 증상 중 5가지 이상이 최소 2주 동안 거의 매일 지속돼야 합니다..
솔직히 저는 한동안 제 상태를 그냥 '감정 기복이 심한 것'으로 넘겼습니다. 기분이 좋을 때는 컨디션이 회복된 거라 생각했고, 우울할 때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조울증, 즉 양극성장애가 단순히 기분이 오르내리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건 한참 나중의 일이었습니다. 조울증 증상이었다고?제가 처음으로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건 우울한 시기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어느 시기부터 잠을 3~4시간밖에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았고, 머릿속에서 계획이 쉬지 않고 쏟아졌습니다. 평소라면 며칠을 고민했을 결정을 그 시기에는 몇 시간 만에 내렸고, 주변 사람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늘어놓았습니다.당시에는 그게 그냥 의욕이 넘치는 좋은 상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것..
처음 정신건강의학과 문을 두드렸을 때, 저는 제가 우울증인지조차 몰랐습니다. 잠이 안 오고, 밥도 잘 못 먹고,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그냥 '요즘 힘든 것'이라고만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진료실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니, 제가 겪고 있던 공황 증상과 불면증이 따로따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전부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우울증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얼굴로 찾아옵니다. 우울증인 줄 몰랐던 시간들 — 공황장애와의 연결고리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가 겪었던 증상 중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갑자기 숨이 막히는 것 같고, 온몸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처음엔 그냥 과로나 카페인 때문이라고 넘겼습니다. 공황이라는 단어는 뉴스에서 들어봤지만, 그게 내 이야기일 거라고는..
솔직히 저는 우울증을 단순한 기분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기분전환을 하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해결된다고 믿었죠. 직접 그 시간을 지나기 전까지는요. 막상 겪어보니 우울증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뇌 전반의 기능이 떨어지는 상태에 더 가까웠고, 의지만으로 이겨내려 했던 시도가 오히려 저를 더 지치게 만들었습니다.무기력이 찾아왔을 때, 저는 정신력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일반적으로 우울증을 의지나 정신력이 약한 사람에게 생기는 일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고, 그래서 힘든 시기가 찾아왔을 때 스스로를 먼저 다그쳤습니다. '정신 차려야지', '다른 사람들도 힘들게 사는데'라는 말을 속으로 반복하면서요.그런데 제 경험상 그건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만 커..
활발하고 밝았던 사람이 우울증에 걸릴 수 있을까요? 저는 솔직히 사촌동생이 힘들어하기 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20대가 무기력하게 방 안에 누워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나서야, 제가 우울증에 대해 얼마나 잘못 알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번아웃인 줄 알았습니다 — 신호를 놓쳤던 시간사촌동생이 달라진 것을 처음 알아챈 건 말수가 줄었을 때가 아니었습니다. 원래도 조용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방에만 있는 날이 늘어나도 저는 그냥 취업 스트레스 때문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더 지나면서 예전에 즐기던 취미에도 손을 놓고, 가족 외식도 거부하고, 좋아하던 음식조차 별 반응이 없어졌습니다.그때도 저는 "번아웃이겠지"라고 쉽게 생각했습니다. 번아웃(Burnout..
저도 처음엔 그냥 번아웃이려니 했습니다. 피곤하고 무기력한 게 쌓인 피로 탓이라고만 생각했고, '좀 쉬면 낫겠지'라며 몇 달을 버텼습니다. 그런데 충분히 자도 개운하지 않고, 좋아하던 일이 전혀 즐겁지 않고, 아무것도 시작하기가 힘든 상태가 계속됐습니다. 결국 병원에서 들은 말은 "심각한 우울증"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직접 겪고 검증한 이야기입니다. 우울증인지 몰랐던 이유 — 자가진단일반적으로 우울증이라고 하면 매일 눈물을 흘리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꽤 위험한 오해였습니다. 저는 딱히 슬프지 않았거든요. 그냥 모든 것이 귀찮고, 몸이 무겁고,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도 어떻게 버티나' 싶은 생각..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금주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달라진 건 간도 피부도 아니었습니다. 토요일 밤에 술을 마시지 않았더니 일요일 오전이 통째로 생긴 겁니다. 40대 중반이 되고 나서야 알았는데, 술 한 잔이 단순히 그날 밤 한 잔이 아니라 다음 날 오전 전체를 가져간다는 것을요. 뇌가 시간 순서대로 어떻게 회복되는지 알고 나니 그 선택이 더 단단해졌습니다. 금주 1주차, 뇌가 보내는 첫 번째 신호금주 첫 주에 제가 직접 겪었던 건 잠이 오히려 더 얕아진다는 거였습니다. 술을 마시면 금방 잠드는 느낌이 드는데, 막상 끊고 나니 며칠간 한밤중에 자꾸 깼습니다. 이게 의지 문제가 아니라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뇌 안에서는 가바(GABA)와 글루탐산이라는 두 신경전달물질이 균형을 잡으려고 부딪히고 있는..
'이미 오래 피웠는데 지금 끊어봐야 뭐가 달라질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40대 중반에 금연을 시작하면서 저도 그런 의심을 품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경험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이른 시점부터 몸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그 변화가 생각보다 작지 않았습니다. 먼 미래의 암 예방 이야기가 아니라,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목이 편하고 계단을 오를 때 숨이 덜 차는, 일상에서 바로 느끼는 이야기입니다. 금연으로 인한 몸의 변화'금연 효과는 몇 년 뒤에나 나타난다'라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마지막 담배를 끊고 20분만 지나도 몸 안에서 변화가 시작됩니다. 흡연으로 올라갔던 혈압과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말초 혈관이 다시 이완되면서 손발 체온도 회복됩니다.이 원리를 ..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면 5초 안에 니코틴이 뇌에 도달합니다. 저는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40대 중반이 될 때까지 담배를 피우면서도 몸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침마다 목이 칼칼하고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도, 그게 담배 때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눈길을 돌렸습니다. 이 글은 그 외면의 끝에서 비로소 마주한 이야기입니다.흡연이 면역 저하를 부르는 이유담배가 폐에 나쁘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왜 나쁜지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저도 오랫동안 그냥 "나쁘다더라"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흡연을 하면 폐 안에 있는 면역세포와 폐 점막의 방어 기능이 함께 저하됩니다. 이 상태에서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건강한 비흡연자보..
30대까지는 술을 마셔도 다음 날 그럭저럭 버텼습니다. 그런데 40대 중반이 넘어서면서부터는 술자리 다음 날을 통째로 잃어버리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서야 알코올이 몸에 어떤 일을 하는지 제대로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40대 음주 체이 먼저 알아챘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30대 때는 친구들과 새벽까지 마셔도 다음 날 조금 피곤한 정도로 넘어갔습니다. 오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회복이 됐고, 그게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술이 몸에 나쁘다는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직접 느끼는 게 없으니까요.제가 직접 느껴보니 40대 중반부터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조금만 많이 마셔도 다음 날 하루 내내 머리가 멍한 상태가 이어졌습니다. 어떤 날은 이틀까지 피로가 남았습니다. 잠도 문제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