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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프면 그냥 진통제 한 알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두세 달 지나자 일주일에 두세 번씩 관자놀이가 욱신거리기 시작했고, 약을 먹어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 날이 생겼습니다. 그때서야 '이건 그냥 피곤함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복되는 편두통, 참는 게 능사가 아닌 이유부터 치료법까지 직접 겪어보며 알게 된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두통이 반복된다면, 병원 진료
"머리 한쪽만 아프면 편두통"이라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진료실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설명하다 보니, 편두통이라는 진단에는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인 기준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의학적으로 편두통은 중등도 이상의 통증이 최소 4시간에서 최대 72시간까지 지속되면서, 박동성 통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박동성 통증이란 심장 박동에 맞춰 지끈지끈 뛰듯이 아픈 느낌으로, 관자놀이 부근에서 드럼이 울리는 것 같다는 표현이 가장 흔합니다. 오심·구토 같은 소화기 증상이 동반되고, 빛이나 소리에 예민해지는 상태가 다른 뇌 질환과 무관하게 다섯 번 이상 일관되게 나타날 때 편두통으로 진단합니다.
통증이 꼭 한쪽에만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양쪽 눈 주변이나 머리 전체가 아픈 경우도 충분히 편두통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 진료를 받으러 갔을 때 의사가 꼼꼼하게 물어봤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어느 쪽이 아픈지, 욱신거리는지 아니면 꽉 조이는 느낌인지, 속이 메스껍지는 않은지 같은 질문들이 사실 진단 기준과 직결돼 있었던 겁니다.
편두통은 크게 조짐 편두통과 무조짐 편두통으로 나뉩니다. 여기서 조짐이란 두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나타나는 전조 증상을 뜻합니다. 눈앞에 까만 점이 나타나거나 시야가 일그러지는 시각 전조가 가장 흔하고, 손발이 저린 감각 전조나 팔다리가 마비되는 운동 전조가 동반되기도 합니다. 전조 증상이 1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 뇌졸중 위험 인자가 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어서, 증상의 양상을 잘 기억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출처: 대한두통학회).
여성이 남성보다 편두통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은 것은 호르몬 변동의 영향도 있지만, 뇌의 예민도 차이도 하나의 이유로 꼽힙니다. 가족력도 실제로 영향을 미쳐서, 부모나 고모·이모 중 편두통 환자가 있는 경우 함께 나타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 박동성 통증이 4~72시간 지속되고 5회 이상 반복될 것
- 오심·구토 등 소화기 증상 또는 빛·소리 과민이 동반될 것
- 조짐 편두통은 시각·감각·운동 전조 후 두통이 이어지는 패턴
- 전조 증상이 1시간 이상 지속되면 뇌졸중 위험 요인 가능성
치료법이 이렇게 다양한 줄은 몰랐습니다
병원에 가기 전까지는 솔직히 "편두통 치료 = 진통제"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진료를 받고 나서야 편두통 치료가 발생 빈도와 강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쓴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한 달에 4회 미만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저빈도 편두통으로 분류하고, 이때는 급성 치료가 기본입니다. 두통이 시작될 때 타이레놀이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를 복용해 급성기 통증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NSAIDs란 염증을 억제해 통증을 줄이는 계열의 약물로, 이부프로펜이 대표적입니다. 편두통에 특화된 트립탄 제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트립탄 제제란 뇌혈관의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해 혈관 확장을 억제하고 통증 신호를 차단하는 약물입니다.
한 달에 4~8회 이상이거나, 15일 이상 두통이 있으면서 8일 이상 편두통 양상이 3개월 넘게 이어지면 만성 편두통으로 진단합니다. 이 경우에는 예방 치료가 필요합니다. 예방 치료란 통증이 생긴 뒤 없애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편두통이 발생하는 횟수와 강도 자체를 줄이는 치료입니다. 혈관의 비정상적인 활성화를 억제하는 약물을 꾸준히 복용해 급성 치료에도 더 잘 반응하는 상태를 만들어갑니다.
약물만으로 효과가 부족할 때는 주사 치료를 고려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보톡스와 CGRP 표적치료제입니다. CGRP란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의 약자로, 편두통 발작 시 뇌혈관 주변에서 분비되어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입니다. CGRP 표적치료제는 이 물질을 직접 차단해 편두통을 억제하는 원리로, 최근 10년 이내에 상용화되어 만성 편두통이나 고빈도 편두통에서 효과가 입증돼 있습니다(출처: 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제가 생각보다 놀랐던 것은 운동 치료였습니다. 땀이 날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3~4회, 30분에서 1시간씩 수개월 이상 꾸준히 지속하면 통증의 빈도와 강도가 실질적으로 줄어든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한 번 운동했다고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몸이 서서히 바뀌어가는 과정이라는 게 포인트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머리가 아픈데 운동이 도움이 된다는 발상 자체가 낯설었거든요.
편두통은 생활 습관부
"약을 자주 먹으면 내성이 생기지 않나요?"라는 걱정 때문에 두통이 심해도 버티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통증을 오래 참을수록 뇌가 통증에 더 예민해지고, 결국 편두통이 더 자주 찾아오는 악순환이 만들어집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진통제를 복용하는 수준에서는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오히려 초기에 빠르게 통증을 잡는 것이 만성 편두통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편두통이 심해지면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만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우울감이 생깁니다. 실제로 편두통 환자에서 우울증이 동반되는 빈도가 일반인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활동량이 줄면 두통은 더 자주, 더 심하게 옵니다. 약물치료로 몸이 움직일 수 있는 상태를 만들고, 그 활동성을 통해 생활 패턴을 규칙적으로 바꿔가는 것이 이 악순환을 끊는 핵심입니다.
생활습관 관리도 빠질 수 없습니다. 심한 불면이나 과도한 수면, 불규칙한 식사, 과음·과식은 모두 편두통을 유발하는 원인이 됩니다. 제가 병원에서 두통 일기를 써보라는 말을 들은 뒤 메모장에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몇 주 지나고 나니 특정 날 수면이 5시간 이하일 때 다음 날 오후에 두통이 온다는 패턴이 보였습니다. "그냥 자주 아파요"가 아니라 "이번 주 세 번, 두 번은 오후 관자놀이 쪽이었어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진료의 질이 달라졌습니다.
편두통은 당뇨나 고혈압처럼 완치보다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치료를 잘 유지하면 한 달에 한두 번 진통제 복용만으로도 일상생활에 큰 지장 없이 지낼 수 있는 상태가 가능합니다. 그 기준점을 목표로 삼는 것, 그게 현실적인 편두통 관리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편두통이 한 달에 몇 번이면 병원에 가야 하나요?
A. 제 경험으로는 한 달에 두세 번 이상 반복되거나, 진통제를 먹어도 통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날이 생기기 시작하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한 달에 4회 이상이면 예방 치료 여부를 논의해야 하는 고빈도 편두통 구간에 들어가기 때문에, 빠를수록 선택지가 넓습니다.
Q. 편두통에 트립탄 제제와 일반 진통제는 어떻게 다른가요?
A. 일반 진통제(타이레놀, NSAIDs)는 염증과 통증 신호 자체를 줄이는 방식이고, 트립탄 제제는 편두통 발작 때 과도하게 확장된 뇌혈관을 수축시키고 통증 전달 경로를 직접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트립탄 제제는 편두통에 특화된 약물로 분류되며, 일반 진통제로 효과가 부족할 때 고려합니다. 처방이 필요하므로 반드시 진료 후 사용해야 합니다.
Q. 편두통 때 눈앞이 번쩍거리면 뇌졸중인가요?
A. 눈앞에 번쩍이거나 시야가 일그러지는 증상은 조짐 편두통의 시각 전조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5분에서 1시간 내에 사라지고 이후 두통이 따라오는 패턴이라면 편두통 전조 증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전조 증상이 1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마비·언어 장애가 동반된다면 뇌졸중 가능성도 있으므로 즉시 응급실을 찾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편두통 일기는 어떻게 쓰면 되나요?
A. 저는 휴대전화 메모장에 두통이 시작된 시간, 아픈 부위, 전날 수면 시간, 진통제 복용 여부만 간단하게 적었습니다. 거창하게 쓸 필요 없이 이 네 가지만 몇 주 기록해도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음 진료 때 이 기록을 보여주면 의사가 치료 방향을 잡는 데 훨씬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결론
병원에 가기 전까지 저는 두통 가지고 진료실까지 갈 이유가 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가보니 목적이 단순히 약 처방을 받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제 두통이 어떤 패턴으로 반복되는지 파악하고, 어떤 증상이 나타났을 때 바로 응급실을 가야 하는지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막연한 불안이 많이 줄었습니다.
편두통은 정복하는 병이 아니라 함께 사는 병입니다. 치료와 생활습관 관리를 꾸준히 이어간다면 한 달에 한두 번 진통제 복용만으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목표입니다. 반복되는 두통이 있다면 참기보다 먼저 기록을 시작해보는 것, 그게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