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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나 코로나 걸렸었어. 진짜 힘들었다." 요즘은 코로나 이야기가 뉴스에서도 잘 안 나오다 보니 저도 어느새 '그냥 감기 수준이겠지'라고 흘려보내고 있었는데, 친구 목소리가 생각보다 꽤 지쳐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찾아봤더니 올해는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상승 곡선을 그리는 이른바 트윈데믹 상황이라는 게 아닙니까. 두 달이나 일찍 찾아온 독감 유행,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드는 코로나19까지. 제가 직접 겪은 건 아니지만, 친구 이야기를 들으며 남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습니다.

트윈데믹, 올해 왜 이렇게 빠르게 왔나
질병관리청은 올해 독감 유행주의보를 예년보다 두 달가량 이르게 발령했습니다. 여기서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란 독감이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수준을 넘어 지역사회에서 본격적인 유행이 시작됐다는 공식 신호를 의미합니다. 한마디로 "이제 진짜 시작됐다"는 선언입니다.
실제 수치를 보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껴집니다. 외래 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 비율이 25.3명으로, 이번 절기 유행 기준인 12.9명의 두 배를 훌쩍 넘겼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4주 전과 비교하면 세 배,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네 배 가까이 높은 수준입니다. 저는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설마 이 정도일까' 싶었는데, 찾아볼수록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트윈데믹(twindemic)이란 두 가지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독감은 예년보다 빨리 찾아왔고, 코로나19는 4주 만에 입원 환자 수가 15~20명에서 193명으로 치솟으며 뒤늦게 합류했습니다. 두 질환의 유행 시기가 엇갈리다가 올해 처음으로 정면으로 겹쳐버린 셈입니다. 이 시기에 독감 백신 접종이 아직 시작도 안 됐다는 사실이 더 불안하게 느껴졌습니다.
현재 유행 중인 바이러스는 A형 인플루엔자, 그중에서도 H1N1이 9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09년 신종플루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던 바로 그 바이러스입니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에서 활성도가 높아지는 호흡기 바이러스의 특성상, 일교차가 커지는 환절기와 맞물리면서 유행 속도가 더 가팔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 독감 유행 기준(1,000명당 12.9명)을 두 배 이상 초과한 상태
- 코로나19 입원 환자, 4주 만에 약 10배 증가
- 현재 유행 바이러스는 A형 H1N1(2009 신종플루형) 99% 차지
- 독감 국가예방접종은 10월 12일부터 시작 예정 — 사실상 두 달의 공백기 존재
예방접종 공백기, 지금 당장 뭘 해야 하나
친구가 코로나에 걸렸을 때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처음엔 그냥 감기인 줄 알았어. 목이 조금 따끔거리는 정도였거든." 그러다 다음 날 아침부터 증상이 급격히 심해졌고, 온몸이 쑤시고 머리가 아파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싫었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 이야기를 들으며 느낀 건, 익숙해진 질병이라고 해서 몸이 봐주지는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독감과 코로나19의 증상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진행 방식에서 차이가 납니다. 독감은 38~39도를 넘는 고열이 갑작스럽게 올라오면서 온몸이 쪼개지는 듯한 근육통, 극심한 두통과 함께 시작됩니다. 전날 저녁 멀쩡하게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미 증상이 강하게 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코로나19는 목 통증과 기침, 콧물이 서서히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친구도 첫날은 그냥 피곤한가 싶었다고 했으니까요.
65세 이상 고령자 대상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은 10월 12일부터 시작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백신을 맞더라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2~3주가 걸리기 때문에 실질적인 보호 효과까지는 거의 두 달의 공백기가 생깁니다. 또한 독감 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은 동시 접종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돼 있어 함께 맞을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제가 미처 몰랐던 부분이었는데, 따로 두 번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는 게 현실적으로 꽤 도움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공백기 동안은 손 씻기, 마스크 착용, 기침 예절이 사실상 유일한 방어 수단입니다. 인플루엔자는 KF94 같은 고성능 마스크가 아닌 일반 마스크만으로도 상당 부분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코로나19도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마스크를 다시 챙겨야 한다는 게 번거롭기는 하지만, 지금 시기만큼은 꺼내 들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증상 구분과 합병증, 이것만큼은 알아 두세요
친구가 며칠 뒤 "열 떨어지니까 다 나은 줄 알았는데,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하더라"라고 했을 때 저는 생각보다 회복이 오래 걸린다는 걸 처음 실감했습니다. 코로나19나 독감 모두 급성 증상이 가라앉아도 피로감이나 기침이 상당 기간 남을 수 있다는 점, 직접 겪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전에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독감이 특히 무서운 이유는 단순한 몸살로 끝나지 않는 합병증 때문입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호흡기 점막을 직접 공격해 바이러스성 폐렴을 일으키고, 이후 세균에 의한 이차 감염으로 세균성 폐렴까지 합병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세균성 폐렴이란 독감으로 약해진 호흡기 점막에 폐렴구균 같은 세균이 추가로 감염되는 상태로, 입원이나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드물게는 심근염, 뇌염, 횡문근융해증 같은 전신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횡문근융해증이란 근육 세포가 대량으로 파괴되면서 신장에 부담을 주는 심각한 상태를 말합니다.
치료제로는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오셀타미비르)가 대표적입니다. 하루 두 번, 5일간 복용하는 방식이고, 최근에는 1회 주사로 치료를 완료할 수 있는 주사제 옵션도 생겼습니다. 중요한 건 증상 발생 후 48시간, 가능하면 24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효과가 크다는 점입니다. 제 경험상 아프면 '좀 더 지켜보자'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 독감만큼은 그게 독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경우,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고도 48~72시간 내 열이 떨어지지 않거나, 호흡 곤란이 생기거나, 의식이 흐려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증상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모가 직접 체온 변화와 호흡 상태를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독감이랑 코로나19 증상이 비슷하다는데, 어떻게 구분하나요?
A. 증상의 종류는 발열, 기침, 콧물, 근육통으로 비슷하지만 진행 속도에서 차이가 납니다. 독감은 전날 멀쩡하게 잤는데 아침에 갑자기 39도 고열과 극심한 몸살이 찾아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반면 코로나19는 목 따끔거림이나 가벼운 피로감으로 시작해 서서히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확한 구분은 의료기관에서 신속항원검사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Q. 독감 백신 맞았는데도 독감에 걸릴 수 있나요?
A. 그렇습니다. 독감 백신의 목표는 감염 자체를 100% 막는 것이 아닙니다. 감염되더라도 입원하거나 중증으로 진행할 확률을 크게 낮추는 것이 핵심 목적입니다. 백신 접종 후에도 독감에 걸렸다면, 증상이 훨씬 가볍게 지나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방 효과가 없는 게 아니라, 목표 자체가 '감염 예방'보다 '중증 예방'에 있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Q. 독감 백신이랑 코로나19 백신 같이 맞아도 되나요?
A. 동시 접종이 가능하고, 질병관리청도 권고하고 있습니다. 안전성과 효과 모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있어 두 번 따로 병원을 방문할 필요가 없습니다. 접종 일정이 맞는다면 한 번 방문에 두 가지를 함께 맞는 것이 현실적으로도 편리합니다.
Q. 열이 떨어지면 아이 학교 바로 보내도 되나요?
A. 열이 떨어졌다고 바로 등원·등교시키는 것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기침이나 콧물 같은 호흡기 증상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여전히 전파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호흡기 증상이 모두 가라앉은 뒤에 등원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고, 항바이러스제를 복용 중이라면 최소 복용 완료 후 상태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결론
친구가 아프고 나서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아프기 전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걸려보니까 생각보다 힘들더라." 저도 솔직히 코로나 이야기가 뜸해진 요즘, 마음 한편으로는 '이제 그냥 감기 아닌가' 하고 넘겨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올해처럼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하는 상황에서는, 특히 고령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에게는 그 안일함이 꽤 위험한 태도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다시 마음먹은 건 단순합니다. 10월에 독감 백신 접종 일정이 나오면 미루지 않고 맞겠다는 것, 그리고 그전까지는 마스크와 손 씻기를 귀찮더라도 챙기겠다는 것입니다. 몸에서 평소와 다른 신호가 오면 참고 기다리기보다 빠르게 가까운 의원을 찾는 것이, 지금 이 시기에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