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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암 진단을 받으면 무조건 수술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친구가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뒤 담당 의사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제가 알고 있던 상식이 꽤 많이 틀려 있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치료 선택지가 이렇게 많아졌는데, 여전히 '수술 아니면 항암'이라는 이분법으로 생각하는 건 너무 오래된 프레임입니다.

치료 선택: 암이라고 무조건 수술하지 않는다
친구가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 제일 먼저 한 말이 "빨리 수술해야 하는 거 아니야?"였습니다. 저도 그 말이 당연하게 들렸습니다. 그런데 실제 상담 결과는 달랐습니다. 전립선암은 암의 등급과 진행 정도, 그리고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에 따라 치료 방향 자체가 달라집니다.
위험도가 낮은 경우에는 즉각적인 치료 대신 적극적 감시(Active Surveillance)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적극적 감시란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바로 시작하는 대신, 정기적인 PSA 검사와 조직검사를 통해 암의 변화를 면밀히 추적하는 방법입니다. 불필요한 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 비뇨기과학회(EAU)에서도 저위험군 환자에게 권고하는 방법입니다(출처: 유럽비뇨기과학회(EAU) 전립선암 가이드라인).
수술이 필요한 경우라면 현재는 대부분 로봇 수술 시스템을 활용합니다. 전립선은 골반 안쪽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시야 확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로봇 팔과 내시경 카메라가 골반 깊숙이 진입해 전립선과 정낭, 정관 일부를 함께 제거하고 요도와 방광을 봉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초기암의 경우, 신경 혈관 다발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방향으로 수술하기 때문에 성기능 보존 가능성도 예전보다 높아졌습니다.
친구가 가장 걱정했던 것이 바로 수술 후 요실금과 성기능 문제였습니다. 제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수술 후 요실금은 나이가 많을수록 회복이 더딜 수 있고, 1년 이상 증상이 남아 있다면 인공 요도 괄약근 수술이라는 별도의 방법도 존재합니다. 인공 요도 괄약근이란 수술로 삽입한 인공 장치가 요도를 조절해 소변 새는 증상을 막아주는 시술로, 사회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 저위험군: 적극적 감시(Active Surveillance)로 치료 부작용 최소화
- 수술 치료: 로봇 수술로 신경 보존 및 정밀 절제
- 수술 후 요실금: 1년 이상 지속 시 인공 요도 괄약근 수술 고려
- 2세 계획: 수술 전 정자 냉동 또는 수술 후 고환 정자 채취로 임신 가능
중입자 치료: 방사선이 이렇게 정밀해졌습니다
방사선 치료라고 하면 막연히 '방사선을 쬐는 것'이라는 이미지만 떠올렸는데, 제 경험상 이건 꽤 편협한 인식이었습니다. 국내에 중입자 치료가 도입된 것은 불과 2년여 전입니다. 탄소 이온을 빛의 속도의 약 70%까지 가속시켜 암세포를 정밀 타격하는 방식으로, 기존 X선 방사선 치료와는 물리적으로 다른 원리로 작동합니다.
기존 X선은 파동 형태로 체내를 통과하면서 암세포에 도달하기 전후에도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주변 정상 장기가 함께 손상을 입는 이유입니다. 반면 중입자선은 이른바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는 특성을 갖습니다. 브래그 피크란 입자가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순간 에너지를 집중 방출하고 그 너머로는 에너지가 거의 전달되지 않는 현상으로, 암세포 DNA를 집중 파괴하면서도 주변 조직의 손상은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실제 치료 시설을 보면 규모부터 남다릅니다. 지름 20m, 높이 7m의 싱크로트론(Synchrotron) 가속기에서 탄소 이온이 100만 번 이상 회전하며 가속되고, 치료실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5초에 불과합니다. 싱크로트론이란 입자를 원형 궤도로 반복 가속시키는 장치로, 중입자 치료의 핵심 인프라입니다.
다만 제가 알게 된 중요한 제약이 있습니다. 중입자 치료는 현재 국소 전립선암에 한해 완치 목적으로만 적용됩니다. 림프절 전이나 뼈 전이가 있는 전이암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전이가 있는 경우에는 중입자 치료 대신 세기 조절 방사선 치료(IMRT)를 병행하는 방향이 권고됩니다. 또한 치료 전 전립선과 직장 사이에 하이드로젤을 주입해 간격을 벌리는 시술이 필요한데, 이는 파괴력이 강한 중입자선이 직장에 손상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한 준비 단계입니다.
장기 생존: 전이암도 생존 기간이 세 배 이상 늘었습니다
전립선암이 이미 전이된 단계라면 어떻게 될까요. 과거에는 남성 호르몬 억제 요법이 처음 1년에서 1년 반가량은 효과를 내다가 내성이 생기는 거세 저항성(Castration-Resistant) 단계가 오면 평균 생존 기간을 12~18개월로 봤습니다. 거세 저항성이란 남성 호르몬을 차단하는 치료에 암세포가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단계가 되면 치료 선택지가 급격히 좁아진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서 가장 놀란 부분이 여기였습니다. 현재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이 과거 대비 세 배에서 네 배 수준으로 연장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서구에서 남성 암 1위인 전립선암에 제약사들이 집중 투자하면서 신약 개발이 빠르게 이뤄진 덕분입니다.
핵심 치료제 중 하나가 PSMA 표적 방사성 치료제입니다. PSMA(Prostate-Specific Membrane Antigen)란 전립선암세포 표면에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단백질로, 이 단백질에만 결합하는 방사성 의약품을 투여하면 암세포를 찾아가 내부에서 방사선을 방출해 DNA를 파괴합니다. 기존 항암제가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 탈모나 말초 신경 손상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과 달리, PSMA 표적 치료제는 병변 선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독성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출처: 미국국립암연구소(NCI) 전립선암 연구).
실제 임상 데이터에서도 남성 호르몬 억제 치료에도 암이 진행된 전이 환자에게 방사성 표적 치료제를 투여한 결과, 미투여 집단보다 생존 기간이 유의미하게 연장되고 사망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재발 후 방사선 치료와 호르몬 억제를 병행하는 방식도 방사선 단일 치료보다 생존 기간을 늘린다는 근거가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느낀 건, 치료 자체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의료진과 충분히 소통하는 과정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친구는 진료 전 질문 목록을 메모해 갔고, 치료를 왜 권하는지, 예상 부작용은 무엇인지를 하나씩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막연한 불안이 정리되는 데 그 과정이 결정적이었다고 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립선암 수술 후 요실금이 생기면 평생 지속되나요?
A.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되지만, 나이가 많을수록 기능 회복 속도가 더딜 수 있습니다. 수술 후 1년이 지나도 요실금이 지속된다면 더 이상의 자연 회복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인공 요도 괄약근 수술을 통해 사회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개선할 수 있으므로 담당 의사와 상담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Q. 중입자 치료는 전립선암 환자 누구나 받을 수 있나요?
A. 현재 중입자 치료는 전이가 없는 국소 전립선암에 한해 완치 목적으로만 적용됩니다. 림프절 전이나 뼈 전이가 있는 환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으며, 이 경우 세기 조절 방사선 치료(IMRT)나 다른 치료법을 고려하게 됩니다. 자신의 암 병기와 전이 여부를 정확히 확인한 뒤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이 되면 치료가 불가능한가요?
A. 과거에는 거세 저항성 단계가 오면 치료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차세대 남성 호르몬 차단제, 표적 항암제, PSMA 방사성 표적 치료제 등 여러 옵션이 존재하며, 이를 순차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이 과거 대비 3~4배 연장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Q. 전립선암 수술 후에도 아이를 가질 수 있나요?
A. 전립선과 정낭을 제거하는 수술 후에는 자연 임신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수술 후 회복이 이뤄지면 고환에서 직접 정자를 채취해 인공 수정이 가능합니다. 방사선 치료를 앞두고 있다면 치료 전 정자 냉동 보존을 먼저 진행하는 방법도 있으므로, 2세 계획이 있다면 치료 전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전립선암 방사선 치료와 호르몬 치료를 같이 하면 효과가 다른가요?
A. 두 가지를 병행하는 방식이 단일 치료보다 생존 기간 연장에 효과적이라는 임상 근거가 이미 발표돼 있습니다. 방사선이 현재 재발 부위의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동안, 호르몬 억제 요법은 잠재적으로 숨어 있는 암세포까지 컨트롤하는 역할을 합니다. 두 기전이 서로 보완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병용 시 암세포 사멸 효과가 더 높아지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결론
친구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저는 전립선암 치료를 수술 아니면 항암, 두 가지 경우의 수로만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는 적극적 감시, 로봇 수술, 중입자 치료, 브라키세러피, 세기 조절 방사선 치료, PSMA 방사성 표적 치료제까지 환자 상태에 따라 조합할 수 있는 선택지가 훨씬 많아져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정보를 미리 알고 진료실에 들어가는 것과 모르고 들어가는 것은 체감상 차이가 꽤 큽니다. 친구가 질문 메모를 들고 상담에 임했던 것처럼, 치료 선택 전에 자신의 암 등급과 병기를 정확히 파악하고 각 치료의 효과와 부작용을 비교해 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지금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거나 가족 중에 해당하는 분이 있다면, 전문의 상담 시 치료 목적이 완치인지 진행 억제인지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