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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혈압은 약도 없고 치료법도 마땅치 않다고들 합니다. 제 주변 친구도 10년 넘게 아침마다 핑 도는 증상을 그냥 체질이려니 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화장실 앞에서 눈앞이 깜깜해진 날 이후로 생활습관을 바꿨고, 그 작은 변화가 예상 밖으로 꽤 많은 것을 달라지게 했습니다.

저혈압, "원래 혈압이 낮은 체질"이라서 어쩔 수 없는 걸까요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저혈압은 고혈압과 달리 딱히 먹을 약이 없고, 병원 검사를 해도 "혈압이 낮다는 것 외에는 이상 없음"이라는 말만 듣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냥 타고난 체질 문제라고 포기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제가 직접 자료를 찾아보고 약사 설명을 들어보니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저혈압의 원인은 크게 나눌 수 있는데, 혈압약이나 전립선 약으로 인한 기립성 저혈압, 탈수나 출혈로 인한 급성 저혈압, 내분비계 이상으로 인한 저혈압 등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중 원인이 뚜렷하게 잡히지 않는 만성 저혈압입니다. 이 경우 병원에서 손쓸 방법이 없어 방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저혈압 증상이라 하면 앉았다가 일어날 때 어지러운 것만 떠올리는데, 실제로 가장 힘든 것은 만성 피로와 무기력입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 정도의 기운 빠짐, 잠을 아무리 자도 풀리지 않는 피로감, 아침에 눈을 떴는데도 몸이 땅속으로 꺼지는 느낌. 제 친구도 이 상태를 오랫동안 겪었는데, 공황장애인가 싶어서 정신과까지 가봤지만 그것도 아니라는 말만 들었다고 했습니다.
혈부족, 빈혈 검사에서 정상이 나와도 혈액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혈압 증상이 빈혈과 비슷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검사에서 정상이 나왔는데 왜 이렇게 몸이 힘든지 의아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개념이 혈부족, 한방에서는 혈허(血虛)라고도 하는 상태입니다. 혈허란 헤모글로빈 수치를 보는 빈혈과는 다른 개념으로, 전체적인 혈액의 양 자체가 부족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몸에 5리터의 혈액이 필요한데 실제로는 4리터밖에 없다면, 헤모글로빈 농도는 정상 범위에 들어올 수 있어도 총혈액량이 부족해 저혈압이 생기는 원리입니다.
혈액의 구성을 보면 이 이야기가 더 명확해집니다. 혈액은 적혈구, 백혈구 같은 혈구와 액체인 혈장(plasma)으로 이루어지는데, 혈장이 전체 혈액 부피의 약 55%를 차지하고 그 혈장의 90% 이상이 물입니다. 즉 혈장이란 혈액의 액체 성분으로, 혈액량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혈장이 부족하면 뇌를 포함한 전신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줄고, 반대로 노폐물 배출은 잘 안 되면서 몸이 무겁고 머리가 멍한 상태가 됩니다(출처: 미국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NHLBI)).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경우 이 혈액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기립성 저혈압이란 앉거나 누운 자세에서 갑자기 일어설 때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으로, 혈액량이 부족할수록 증상이 심해집니다. 제 친구가 화장실 앞에서 쓰러질 뻔했던 것도 바로 이 상황이었을 겁니다.
- 빈혈 검사 정상 = 혈액량 정상이 아닐 수 있음
- 혈장(혈액의 55%)의 90% 이상이 물이므로 수분 부족이 곧 혈액량 부족으로 이어짐
- 기립성 저혈압은 자세 변화 시 혈액 공급이 뇌까지 미치지 못해 발생
- 헴철(heme iron) 제제는 일반 합성 철분보다 흡수율이 높아 위장이 약한 저혈압 환자에게 적합
수분섭취, 커피를 마실수록 혈압이 더 떨어지는 이유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간과되는 지점이었습니다. 저혈압인 사람들은 물을 잘 안 마시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제 친구가 딱 그랬습니다. 아침부터 커피를 마시고 하루 종일 물은 두세 잔 마시는 게 전부였습니다.
카페인에는 이뇨 작용이 있습니다. 이뇨 작용이란 신장에서 소변 생성을 촉진해 체내 수분을 빠르게 배출시키는 작용입니다. 즉 커피를 마실수록 혈장의 주성분인 수분이 빠져나가고, 혈액량이 줄어 혈압이 더 낮아지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일반적으로 커피가 혈압을 잠깐 올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만성적으로 커피에 의존하는 패턴은 저혈압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저염식을 하는 저혈압 환자도 예상 밖으로 많습니다. 소금이 혈압을 올린다는 것은 사실인데, 그 원리는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이 삼투압을 통해 혈관 안에 수분을 붙잡아 혈액량을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삼투압이란 농도 차이에 의해 물이 이동하는 현상으로, 혈액 속 나트륨과 아미노산 농도가 낮아지면 수분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 혈액량이 감소합니다. 따라서 저혈압인 상태에서 지나친 저염식은 오히려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소금 섭취 지침).
친구가 바꾼 습관 중 가장 단순하지만 효과가 컸다고 한 것이 바로 물병을 책상과 가방에 항상 두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여름이나 땀을 많이 흘린 날에는 수분 보충을 더 의식적으로 했는데, 아침에 일어날 때 어지러운 정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봐도 아침 공복에 미지근한 물이나 약간의 소금을 탄 물을 한 잔 마시는 습관은 생각보다 몸을 가볍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혈압 생활습관, 작은 것부터 바꿨을 때 달라진 것들
친구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이렇게까지 사소한 것들이 차이를 만드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들어보니 각각의 이유가 분명했습니다.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침대에서 일어나는 방식이었습니다. 알람을 조금 일찍 맞춰놓고, 눈을 뜨면 바로 일어나지 않고 누운 상태에서 발목과 다리를 천천히 움직인 뒤 앉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이는 혈액이 다리 정맥에 정체되는 것을 막아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류량을 확보하는 원리입니다. 기립성 저혈압이 자세 변화 직후에 발생하는 이유가 바로 이 혈류 재분배 지연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샤워도 조심하게 됐습니다. 뜨거운 물에 오래 노출되면 혈관이 과도하게 확장되어 혈압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친구는 샤워 후 욕실에서 어지러워 벽을 잡은 경험 이후로 수온을 낮추고 시간을 줄였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익숙해지면 오히려 샤워 후 개운한 느낌이 더 났습니다.
수면 시간도 중요한 변수였습니다. 간에서 혈액의 원료인 단백질이 합성되고 다음 날 쓸 혈액이 저장되는 시간대가 밤 11시에서 새벽 3시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간에 깨어 있으면 혈액 저장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다음 날 더 어지럽고 기운 없는 상태가 됩니다. 친구도 야식 먹고 늦게 자는 날이면 다음 날 확연히 더 힘들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취침 시간을 앞당겼습니다.
운동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운동하면 무조건 건강해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혈압 상태에서 무리한 근력 운동은 오히려 혈액 소모를 늘려 더 무기력해질 수 있습니다. 근육이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면 젖산이 축적되어 근육통이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처럼 지치지 않는 선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저혈압 상태에서는 훨씬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저혈압인데 소금을 많이 먹어도 되나요?
A. 일반적으로 소금이 건강에 무조건 나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혈압인 경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소금의 나트륨 성분이 삼투압을 통해 혈관 안에 수분을 붙잡아 혈액량을 유지하기 때문에, 지나친 저염식은 저혈압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신장 질환이나 고혈압 가족력이 있다면 의사와 상담 후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빈혈 검사에서 정상이 나왔는데 왜 저혈압 증상이 있나요?
A. 빈혈 검사는 혈액 속 헤모글로빈 농도를 보는 것이고, 혈부족(혈허)은 혈액의 총량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헤모글로빈 농도는 정상이어도 전체 혈액량이 적으면 저혈압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두 개념은 다르기 때문에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혈액량 자체를 늘리는 방향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Q. 기립성 저혈압, 누워 있다가 일어날 때만 어지러운 건가요?
A. 기립성 저혈압의 대표 증상이 자세 변화 시 어지러움이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만성 피로, 집중력 저하, 머리가 멍한 느낌, 심한 경우 식은땀과 두근거림까지 동반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증상들이 단순 피로나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복적으로 심하게 어지럽거나 실신한 경험이 있다면 정확한 원인 확인을 위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맞습니다.
Q. 저혈압에 운동이 도움이 되나요?
A. 운동이 무조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저혈압의 경우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혈액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강도 높은 근력 운동을 하면 젖산이 축적되어 오히려 몸이 더 무기력해질 수 있습니다.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처럼 지치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하는 것이 저혈압 상태에서는 훨씬 현실적이고 안전한 방법입니다.
결론
친구를 보면서 제가 느낀 것은 저혈압 관리가 혈압을 억지로 높이는 것이 아니라, 혈액이 부족해지는 원인을 하나씩 줄여가는 과정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수분섭취를 늘리고, 소금을 적절히 챙기고, 취침 시간을 앞당기고, 무리한 운동 대신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것.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이 작은 습관들이 실제로는 혈장량을 지키고 혈부족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다만 반복적으로 심하게 어지럽거나 실제로 실신을 경험했다면 단순한 생활습관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기립성 저혈압이나 다른 원인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것, 그게 제가 친구를 통해 배운 가장 현실적인 교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