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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이면 다 똑같은 암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얼마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유방암 진단을 받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같은 유방암이라도 세포의 특성에 따라 치료 방법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몇 기인지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종류의 암인지가 치료의 방향 자체를 바꿔놓는다는 것을 그날 이후로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유방암, 종류가 이렇게 다양한지 몰랐습니다
친구가 조직검사 결과를 받아 들었을 때 처음 들은 단어가 '침윤성 유관암'이었다고 합니다. 침윤성 유관암이란 유관, 즉 유즙이 이동하는 관에서 시작된 암세포가 주변 조직으로 퍼져나간 상태를 말합니다. 유방암 중 가장 흔한 유형에 해당합니다.
친구는 '침윤성'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암이 온몸으로 퍼진 거라고 생각해서 그 자리에서 눈물이 났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같은 반응이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침윤성이라는 표현은 반드시 다른 장기로 전이됐다는 의미가 아니라, 암세포가 유관 벽을 넘어 인접 조직까지 침범했다는 뜻이라는 설명을 듣고 나서야 조금 안심했다고 하더군요.
유방암에는 침윤성 유관암 외에도, 암세포가 유관 안에만 머물러 있는 유관상피내암(DCIS)도 있고, 소엽에서 발생하는 침윤성 소엽암도 있습니다. 유관상피내암(DCIS)이란 암세포가 아직 주변 조직으로 퍼지지 않은 단계로, 쉽게 말해 경계 안에 갇혀 있는 상태입니다. 같은 '유방암'이라는 이름 아래에 이렇게 다른 형태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제게는 꽤 낯선 정보였습니다.
호르몬수용체와 HER2, 치료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친구가 가장 어렵게 느꼈던 부분이 바로 이 검사 결과였다고 합니다. "같은 유방암인데 왜 사람마다 먹는 약도 다르고 치료도 다를까?" 저도 그 질문을 듣고 처음엔 명확히 답을 못 했습니다.
임상적으로 유방암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ER)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를 묶어 호르몬 수용체라고 부르는데, 이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면서 HER2 음성인 유형이 전체 유방암의 약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HER2란 인간표피성장인자수용체 2형(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의 약자로, 쉽게 말해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단백질 수용체를 뜻합니다. 이 HER2가 과발현 된 경우가 HER2 양성 유방암으로, 전체의 약 20% 정도에 해당합니다(출처: 국립암센터).
호르몬 수용체 양성인 유방암은 여성호르몬에 의해 암세포 성장이 촉진되기 때문에 호르몬 치료가 주된 전략이 됩니다. HER2 양성 유방암은 HER2를 직접 겨냥하는 표적 치료제, 예를 들어 허셉틴 같은 약제와 항암 화학 치료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표적 치료란 암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단백질이나 유전자를 타깃으로 삼아 정상 세포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를 공격하는 치료법입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가 직접 느낀 건, 수용체 검사 결과 하나가 치료 설계 전체를 바꿔놓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같은 병원 같은 과에 다니더라도 치료가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 호르몬 수용체 양성 / HER2 음성: 전체 유방암의 약 70% 이상, 호르몬 치료 중심
- HER2 양성: 전체의 약 20%, 표적 치료제 + 항암 화학 치료 병행
- 삼중음성 유방암: 전체의 약 10~15%, 호르몬·표적 치료 모두 불가, 항암 화학 치료 위주
삼중음성 유방암, 가장 까다롭지만 연구가 가장 활발한 분야
친구가 자신의 검사 결과를 이야기하면서 삼중음성 유방암에 대한 설명을 꺼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HER2까지 세 가지가 모두 음성인 유형이 따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타깃으로 삼을 수용체가 없기 때문에 호르몬 치료도, HER2 표적 치료도 적용할 수 없습니다. 결국 항암 화학 치료가 주된 수단이 되는데, 다른 유형에 비해 암세포가 빠르게 자라고 전이도 잘 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5년 생존율로만 단순 비교하기 어렵지만, 조기 재발과 조기 사망이 다른 유형보다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치료하기 어려운 암일수록 연구가 집중된다는 역설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면역 항암제, 즉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대신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활성화해서 암을 제거하는 방식의 치료제가 삼중음성 유방암에 새롭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면역 항암제란 면역 관문 억제제라고도 불리며, 암세포가 면역 세포의 공격을 피하는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효과를 냅니다(출처: 국립암센터 연구원).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에는 삼중음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무겁게 느껴졌지만, 연구가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그나마 희망적인 방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술 전 항암이냐, 수술 후 항암이냐 — 순서도 전략입니다
저는 막연히 유방암 치료는 '수술하고 항암한다'는 순서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친구 이야기를 들으며 그 순서 자체가 치료 전략의 일부라는 걸 제 경험상 처음으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수술 전에 항암 치료를 먼저 진행하는 것을 선행 항암 치료라고 합니다. 선행 항암 치료란 수술 전에 전신 치료를 먼저 적용해 암의 크기를 줄이거나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수술 후 항암은 보조 항암 치료라 불리며, 수술로 제거한 뒤 남아 있을 수 있는 암세포를 억제하는 목적으로 시행됩니다.
HER2 양성이나 삼중음성 유방암의 경우에는 선행 항암 치료가 권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암의 크기를 미리 줄여서 수술 범위를 줄일 수 있고, 둘째, 항암 치료에 대한 반응을 미리 확인해서 수술 이후 추가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인 경우에는 항암 치료를 먼저 진행했을 때 얻는 이득이 상대적으로 적어 일반적으로 수술을 먼저 진행하지만, 3기 이상이거나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예외가 생기기도 합니다.
친구는 처음에 검사 결과지를 받아 들고 낯선 의학 용어들을 하나씩 인터넷으로 찾아봤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궁금한 점을 메모해 두었다가 담당 의사에게 직접 질문한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제가 느낀 건,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능동적으로 이해하려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였습니다. 저도 그날 이후로 건강 정보를 인터넷에서만 찾지 않고 의료진에게 직접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방암 종류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A. 임상에서는 주로 호르몬 수용체(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수용체)와 HER2 단백질의 발현 여부를 기준으로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HER2 음성, HER2 양성, 그리고 세 가지 수용체가 모두 음성인 삼중음성 유방암이 그것입니다. 이 분류에 따라 치료 전략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진단 초기에 이 검사를 반드시 받게 됩니다.
Q. 삼중음성 유방암이 다른 유방암보다 더 위험한가요?
A. 삼중음성 유방암은 호르몬 치료나 HER2 표적 치료를 적용할 수 없어 치료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좁고, 암세포 성장 속도가 빠른 경향이 있습니다. 조기 재발률도 다른 유형보다 높습니다. 다만 최근 면역 항암제 등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예전보다 치료 성적이 개선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Q. 수술 전에 항암 치료를 먼저 하는 이유가 뭔가요?
A. 선행 항암 치료는 수술 전 암의 크기를 줄여 수술 범위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치료에 대한 반응을 미리 확인해 수술 후 추가 치료 계획을 보다 정교하게 세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특히 HER2 양성이나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이 방식이 권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유방암 5년 생존율은 어떻게 되나요?
A. 유방암은 5년 이후에도 재발이 생길 수 있어 5년 생존율만으로 예후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5년 성적이 좋지만 10~15년 뒤 늦게 재발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반면 삼중음성 유방암은 조기 재발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전반적으로 국내 유방암 치료 수준은 높은 편이며, 유형별 맞춤 치료가 발전하면서 생존율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습니다.
Q.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면 항암 치료는 안 해도 되나요?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중에서도 다유전자 분석 검사를 통해 항암 화학 치료가 추가로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전체 호르몬 수용체 양성 환자의 약 1/3 정도는 항암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최종 판단은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이번 친구와의 대화는 저에게 꽤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암의 병기만 중요하다고 여겼던 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고, 같은 유방암이라도 호르몬 수용체 상태와 HER2 발현 여부에 따라 치료의 경로가 전혀 달라진다는 것을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의학 정보는 인터넷 검색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렵고, 자신의 검사 결과지를 들고 담당 의사에게 직접 묻는 방식이 훨씬 정확합니다. 유방암 진단 후 치료 과정이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지금 받고 있는 치료가 왜 필요한지를 의료진에게 묻고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친구가 건강한 일상으로 빨리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같은 상황에 계신 분들께도 힘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