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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와 점심을 먹다가 친구 어머니의 대장암 진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술도 담배도 하지 않으셨다는 말에 저도 순간 멈칫했습니다. 암이라는 게 나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에게만 찾아온다고 막연히 믿어온 것 같아서요. 그날 이후 저는 대장암의 원인과 검진 기준을 다시 들여다봤고, 몇 가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대장암 발병 원인 - 흡연·음주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들
친구는 어머니가 왜 대장암에 걸리셨는지 한동안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의문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니, 대장암은 흡연이나 음주보다 훨씬 더 일상적인 요인들과 관련이 깊었습니다.
모든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위험 요소는 비만, 붉은 육류 섭취, 가공식품 섭취입니다. 비만인 경우 정상 체중 대비 대장암 발생 위험이 약 1.3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붉은 육류를 매일 100g 섭취하면 위험도가 약 18%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출처: 국제암연구소(IARC)).
여기서 헤테로사이클릭 아민(Heterocyclic Amine, HCA)이라는 물질이 등장합니다. HCA란 육류를 고온에서 굽거나 튀길 때 아미노산이 열분해 되면서 생성되는 발암 가능 물질로, 대장 점막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삼겹살이나 소고기를 직화로 자주 구워 먹는 우리나라 식문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대장암은 크게 산발성 대장암과 유전성 대장암으로 나뉩니다. 유전성 대장암은 배선 유전자(生殖細胞 유전자, Germline Gene)의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경우인데, 쉽게 말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자체에 이상이 있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전체 대장암의 5~10% 수준입니다. 반면 나머지 90%는 산발성 대장암으로, 원래 정상이었던 유전자가 살아가면서 체세포 돌연변이(Somatic Mutation)를 일으켜 암으로 변하는 경우입니다. 체세포 돌연변이란 후천적으로 특정 세포에서만 발생하는 변이로, 자녀에게 유전되지 않습니다.
친구가 "혹시 고기를 자주 먹어서 그런 걸까"라고 후회하는 말을 했을 때, 저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위험 요인을 안다는 것과 특정 개인에게 왜 암이 발생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 비만: 정상 체중 대비 대장암 위험 약 1.3배
- 붉은 육류 매일 100g 섭취: 위험도 약 18% 증가
- 가공육(소시지 등): 독립적 위험 요인으로 분류
- 유전성 대장암: 전체의 5~10%, 배선 유전자 돌연변이 원인
- 산발성 대장암: 전체의 약 90%, 후천적 체세포 돌연변이
조기 검진의 기준 - 증상이 없다고 미뤄도 될까
친구 어머니는 이전에 대장내시경을 자주 받지 않으셨다고 했습니다. 증상이 없었으니까요. 솔직히 저도 그 심정을 이해합니다. 저 역시 건강검진 항목에 대장내시경이 포함되지 않으면 굳이 따로 예약할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대장암이 무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대장 용종(Polyp)이 암으로 진행하는 데는 수년에서 십수 년이 걸리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용종이란 대장 점막이 비정상적으로 돌출되어 생긴 작은 혹으로, 그 자체로는 양성이지만 일부는 시간이 지나면 암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현재 권고 기준으로는 50세 이후 5년마다 대장내시경을 시행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젊은 연령층에서 대장암 발생이 늘면서 45세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통계청 보고에 따르면 국내 대장암 발생률은 1999년부터 꾸준히 증가해왔고, 2018년 한 해만 약 3만 명이 대장암으로 진단됐습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한국이 2018년 대장암 발병률 세계 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조기 발견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수치가 말해줍니다. 4기 대장암의 5년 생존율은 약 15%에 그치는 반면, 3기는 약 70%입니다. 단 한 단계 차이가 생존율을 다섯 배 가까이 바꿔놓습니다. 제가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꽤 오래 멍하니 있었습니다. 내시경 한 번이 이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실감됐기 때문입니다.
생활습관의 변화 - 자책보다 한 걸음 앞으로
친구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한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암의 원인을 찾는 행위가 때로는 환자 가족에게 죄책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위험 요인을 아는 것과 "그래서 이 사람이 왜 걸렸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건강 정보를 찾을 때 습관적으로 "어떤 음식이 나쁜가", "어떤 행동이 위험한가"부터 확인하는 편인데, 그 정보가 이미 병을 진단받은 사람의 과거를 향하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됩니다. 친구가 주말마다 먹던 삼겹살과 소고기를 떠올리며 후회하던 모습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물론 생활습관은 중요합니다. 친구는 요즘 가족과 함께 가공육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통곡물 위주로 식단을 바꾸고, 저녁에 함께 산책하는 시간을 만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건 자책이 아니라 앞을 향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경우엔, 그날 이후 건강검진 일정을 미루지 않기로 했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 뒤로 미뤄왔던 대장내시경도 다음 검진 때 포함시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게 생활습관 변화라고 부를 수 있다면, 저에게는 꽤 작지만 분명한 한 걸음이었습니다.
아무리 건강관리를 잘해도 모든 질병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는 것, 그래서 자책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는 것을 이번 일로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말을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검진 예약을 하는 것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멀었음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술·담배를 안 해도 대장암에 걸릴 수 있나요?
A. 충분히 가능합니다. 대장암의 주요 위험 요인은 흡연이나 음주보다 비만, 붉은 육류·가공육 섭취, 운동 부족, 유전적 요인 등입니다.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아도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발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정 생활습관만으로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Q. 대장내시경은 몇 살부터 받아야 하나요?
A. 현재 일반적인 권고 기준은 50세 이후 5년마다 시행이지만, 최근 젊은 층 대장암 발생이 증가하면서 45세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점점 힘을 얻고 있습니다.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거나 대장 용종을 제거한 이력이 있다면 더 이른 나이에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대장암은 유전되나요?
A. 일부는 유전됩니다. 전체 대장암의 5~10%는 배선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유전성 대장암으로, 부모로부터 자녀에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약 90%는 산발성 대장암으로 후천적으로 발생하며 자녀에게 유전되지 않습니다. 가족력이 있다면 유전자 검사나 전문의 상담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Q. 삼겹살을 자주 먹으면 대장암 위험이 높아지나요?
A. 관련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붉은 육류를 고온에서 구울 때 생성되는 헤테로사이클릭 아민(HCA)이 대장 점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삼겹살을 가끔 먹는다고 바로 위험해진다기보다, 매일 100g 이상의 붉은 육류를 장기간 섭취하는 식습관이 누적됐을 때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됩니다.
결론
친구 어머니의 이야기는 저에게 두 가지를 남겼습니다. 하나는 대장암의 원인이 생각보다 훨씬 일상적인 요인들과 닿아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이미 진단을 받은 사람 앞에서 원인을 따지는 일이 얼마나 조심스러워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대장암 발병률 세계 1위라는 수치는 우리 모두에게 낯선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수치가 현실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선택은 검진을 미루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다음 건강검진에서 대장내시경을 반드시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친구 어머니가 치료 후 가족과 평범한 일상을 오래 이어가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