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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를 관리 중인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을 때만 해도, 저는 당뇨 관리란 그냥 혈당 수치만 낮추면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친구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혈당이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혈관이 망가지고, 그 혈관이 닿아 있는 눈·콩팥·신경·심장이 줄줄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그날 처음 실감했습니다.

고혈당증, 그냥 두면 정말 위험한가요
당뇨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혈당이 좀 높으면 어떠냐"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도 솔직히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는 비슷한 시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고혈당증, 즉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상태가 이어지면, 단순히 숫자가 높은 문제가 아니라 직접적인 사망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형 당뇨병 환자, 특히 고령자에서는 고삼투성 고혈당 증후군(HHS)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고삼투성 고혈당 증후군이란 혈당이 600mg/dL 전후로 치솟으면서 혈액의 삼투압이 급격히 올라가고, 그 결과 극심한 탈수와 콩팥 손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응급 상태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피가 너무 진해져서 몸 전체가 말라가는 것입니다. 갈증이 심하고, 소변이 자주 나오고, 극도로 피로하고, 시야가 흐릿하다면 지체 없이 혈당을 확인해야 합니다.
1형 당뇨병에서는 당뇨병성 케톤산증(DKA)이 문제가 됩니다. 당뇨병성 케톤산증이란 인슐린이 부족해 포도당을 에너지로 쓰지 못하는 몸이 지방을 대신 분해하면서 케톤이라는 산성 물질을 대량으로 만들어내고, 그 결과 혈액이 산성으로 기울어지며 의식을 잃을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제가 법의학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젊은 나이에 1형 당뇨인 줄 모르고 지내다가 DKA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실제로 존재합니다. 출처: 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미세혈관이 망가지면 무슨 일이 생기나
친구가 병원에서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제가 처음 들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바로 "혈관"이라는 키워드였습니다. 당뇨의 모든 합병증을 관통하는 공통 원인이 바로 혈관 손상이라는 것입니다. 혈당이 오랫동안 높으면 혈관 내피세포가 손상을 입고 염증 반응이 반복됩니다. 특히 아주 가느다란 모세혈관, 즉 미세혈관이 먼저 타격을 받습니다.
미세혈관이 집중적으로 분포한 기관이 어디냐 하면, 바로 눈의 망막, 콩팥의 사구체, 그리고 말초신경입니다. 이 세 곳이 당뇨의 3대 합병증이 발생하는 진원지입니다. 대혈관도 물론 영향을 받아 심근경색증이나 뇌경색증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미세혈관 손상으로 인한 합병증은 증상 없이 오랫동안 진행된다는 점에서 더 조심해야 합니다. 출처: WHO 당뇨병 팩트시트
제가 경험상 느낀 것은, 이 부분이 당뇨 관리의 진짜 동기가 된다는 점입니다. "혈당 수치 낮추기"는 숫자 게임처럼 들리지만, "눈 망막을 지키기 위해, 콩팥을 오래 쓰기 위해"라고 이유를 바꾸면 관리가 훨씬 실질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친구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았습니다.
3대 합병증,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나
친구가 병원에서 눈 검사를 받는다고 했을 때, 저는 솔직히 "눈이 안 불편하면 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당뇨병성 망막병증(diabetic retinopathy)이 초기에는 거의 아무 증상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이란 망막에 분포한 미세혈관이 손상되면서 망막 세포가 산소와 영양 공급을 받지 못해 시력을 잃을 수 있는 합병증입니다.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아, 증상이 없어도 정기 안과 검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당뇨병성 신장병증(diabetic nephropathy)입니다. 콩팥은 미세혈관 덩어리가 필터 역할을 하는 기관인데, 혈관이 손상되면 이 필터가 망가집니다. 친구가 "콩팥은 아프다고 티가 안 난다"라고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실제로 소변 검사나 혈액 검사를 통해 단백뇨나 사구체 여과율 수치를 확인하지 않으면 조기에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방치하면 투석이나 신장 이식이 필요한 만성 콩팥병 5기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당뇨병성 신경병증(diabetic neuropathy)으로, 말초신경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신경이 서서히 죽어가는 상태입니다. 처음에는 손발 저림이나 감각 이상으로 시작하지만, 진행되면 통증 자체를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친구가 매일 발을 살피기 시작했다고 했을 때, 저는 그게 과한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통증을 못 느끼는 상태에서 작은 상처가 방치되면 괴사로 이어지는 것이 당뇨발의 실제 기전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이해가 됐습니다.
- 당뇨병성 망막병증: 초기 무증상, 정기 안과 검진으로만 조기 발견 가능
- 당뇨병성 신장병증: 소변·혈액검사로 확인, 방치 시 투석 필요
- 당뇨병성 신경병증: 감각 소실→상처 방치→당뇨발 괴사로 이어지는 위험
합병증을 막으려면 결국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친구가 한 말 중에 제 머릿속에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이 있습니다. "합병증 생길까 봐 무섭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마음이 훨씬 편해." 처음엔 그냥 위로처럼 들렸는데, 사실 이게 핵심입니다.
당뇨 합병증 예방을 위해 일반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혈당 모니터링, 규칙적인 운동, 식단 조절, 금연, 절주, 그리고 정기 검진입니다. 이것들이 "너무 뻔한 말"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저도 압니다. 그런데 막상 합병증의 기전을 이해하고 나면 이 항목들이 달리 보입니다. 탄수화물 비율을 55% 이하로 조절하고 단백질과 지방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단순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미세혈관을 보호하는 행위라는 게 실감 나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관리를 잘하면 무조건 괜찮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유전적 요인이나 이미 진행된 합병증은 생활 관리만으로 완전히 되돌리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 습관 개선과 함께 전문의의 정기적인 처방과 검진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약을 빼먹거나 불규칙하게 인슐린을 투여하는 것만으로도 고혈당 상태가 다시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친구를 통해 새삼 확인했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개인적으로 든 생각은, 당뇨 관리의 목표가 "오늘의 혈당 수치"가 아니라 "10년 뒤에도 잘 보이고, 잘 걷고, 콩팥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관점이 바뀌면 매일의 관리가 귀찮은 숙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처럼 느껴진다고 친구가 말했고, 저도 그 말에 설득됐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혈당이 얼마 이상이면 응급실을 가야 하나요?
A. "수치 하나로 딱 잘라 말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공복 혈당이 126mg/dL 이상이거나 식후 2시간 혈당이 200mg/dL을 초과하면 고혈당으로 분류합니다. 특히 당뇨 환자가 갈증·잦은 소변·극심한 피로·시야 흐림이 동반된 상태에서 혈당이 400~600mg/dL 수준이라면 지체 없이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이 경우 고삼투성 고혈당 증후군 가능성이 있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Q. 당뇨 합병증은 당뇨 진단 후 얼마 만에 생기나요?
A. "금방 생기는 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혈당 조절 상태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혈당이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라면 진단 후 수년 이내에도 초기 미세혈관 손상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꾸준히 잘 관리하면 수십 년이 지나도 합병증 없이 지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기간보다 혈당 조절의 질이 핵심입니다.
Q. 당뇨발은 꼭 절단까지 가나요?
A. 절단까지 가는 경우는 조기에 발견하지 못했거나 치료가 늦어진 경우입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으로 감각이 둔해지면 작은 상처를 인지하지 못한 채 방치하게 되고, 이것이 감염과 괴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매일 발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작은 상처도 즉시 처치하면 절단까지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Q. 1형 당뇨인지 2형 당뇨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 본인이 직접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1형 당뇨는 주로 소아·청소년기에 발생하고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는 반면, 2형 당뇨는 성인기 이후 인슐린 저항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성인에서도 1형이 나타날 수 있어 혈액검사(C-펩타이드, 자가항체 검사 등)를 통해 내과에서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론
친구를 만나기 전, 저는 당뇨를 "혈당 수치 관리 문제"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혈당 상태가 미세혈관을 손상시키고, 그 손상이 눈·콩팥·신경 전체로 번진다는 기전을 이해하고 나니 당뇨 관리가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왔습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 당뇨병성 신장병증,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라는 3대 합병증은 모두 증상이 없는 초기부터 조용히 진행된다는 점에서, 증상이 없을 때야말로 검진이 가장 필요한 시기입니다.
당뇨가 있는 분이라면 현재 혈당 수치와 함께 안과·신장내과·신경과 분야의 정기 검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직 당뇨가 없는 분이라면, 20·30대부터 탄수화물 비율 조절과 규칙적인 운동, 정기 혈당 검사를 생활 루틴으로 만들어두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예방책입니다.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도 그날 이후 정기 검진 일정을 다시 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