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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간암이라는 게 몸이 먼저 알려줄 거라고 믿었습니다. 확실히 아프거나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면 그때 병원에 가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가까운 곳에서 간 이상이 발견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나서야, 그 믿음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간암 초기에는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치료 시기가 늦어진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간암- 몸이 보내는 신호
일반적으로 간암이라고 하면 극심한 통증이나 눈에 보이는 황달부터 떠올리기 쉽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지켜본 경험상, 처음 나타나는 신호는 훨씬 무뎠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더 피곤하고, 입맛이 없는 날이 이어지고, 오른쪽 윗배가 가끔 묵직한 느낌이 드는 정도였거든요.
그 묵직한 느낌은 오른쪽 갈비뼈 아래, 즉 간이 위치한 부위에서 오는 불편감이었습니다. 간은 갈비뼈 안쪽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외부에서 직접 만져지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간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거나 종양이 생기면 그 부위가 단단하게 만져지거나 통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초반에 이 느낌이 너무 흐릿해서 소화 문제나 피로로 오해하기 쉽다는 점이었습니다.
체중 감소도 주의해야 할 신호입니다.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체중 감소와 식욕 저하는 간암만이 아니라 여러 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초기 징후로, 이런 변화가 지속된다면 단순한 피로로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외에도 황달(黃疸)이라고 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황달이란 간 기능이 저하되면서 빌리루빈이라는 색소가 혈액 속에 쌓여 눈 흰자위나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황달이 나타났다는 건 이미 간 기능이 상당히 나빠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어서, 이 단계까지 오기 전에 발견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또 한 가지, 복수(腹水)에 대해서도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복수란 간 기능 저하로 인해 복강 내에 비정상적으로 액체가 쌓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단순히 살이 찐 것처럼 배가 나오는 것과 구분하는 방법이 있는데, 배꼽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방이 쌓여 배가 나오면 배꼽이 안으로 들어가지만, 복수가 차면 배꼽이 밖으로 밀려 나옵니다. 팔다리는 가늘고 배만 불러오는 체형이라면 복수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유 없는 체중 감소 및 식욕 저하 지속
- 오른쪽 갈비뼈 아래 묵직한 불편감 또는 덩어리 촉감
- 눈 흰자위나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상
- 배꼽이 밖으로 밀려 나오는 복수 소견
- 종아리·정강이를 눌렀을 때 자국이 남는 부종
간암 고위험군, 저는 그 범위를 너무 좁게 알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간암은 술을 많이 마시는 중년 남성에게 생기는 병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다양한 경로로 위험이 생깁니다. 간암 발생과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은 바이러스성 간염, 특히 B형 간염과 C형 간염입니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간암 발생 위험이 약 100배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국립암센터). 여기서 B형 간염이란 HBV(Hepatitis B Virus)가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전파되는 감염성 질환으로, 만성화되면 간경변(肝硬變)과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간경변이란 오랜 기간 간에 염증이 반복되면서 정상 간세포가 딱딱한 섬유 조직으로 대체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신생아 전수 예방접종을 시행해 20세 미만의 B형 간염 보유율이 1% 미만으로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어릴 때 접종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한 세대라 여전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C형 간염은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C형 간염 바이러스(HCV)는 아직 예방 백신이 없고, 수평 감염, 즉 감염된 혈액이나 주삿바늘 공유 등을 통해 옆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습니다. 검사를 받지 않으면 감염 여부 자체를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서 조용히 만성 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포털).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간 이상을 먼저 확인할 수 있는 신체 징후도 있습니다. 거미 모양 혈관종(Spider Angioma)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거미 모양 혈관종이란 간 기능 저하로 호르몬 대사가 원활하지 못할 때 목이나 가슴 피부 위에 거미 다리처럼 혈관이 퍼져 보이는 형태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손으로 누르면 일시적으로 희미해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수장홍반(Palmar Erythema)이라고 해서 손바닥 전체가 아닌 손가락 끝과 손바닥 가장자리가 붉어지는 증상도 간 기능 이상을 의심할 수 있는 신호 중 하나입니다. 이 두 증상이 있다고 반드시 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음주량이 많거나 가족 중 간 질환자가 있는 경우라면 한 번쯤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기검진, '아프면 가자'는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40대 중반이 되고 나서도 저는 건강검진을 한두 번 미룬 적이 있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검사 결과가 나쁘게 나올까 봐 무서웠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경험을 겪으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모른다고 해서 문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직접 느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빨리 발견할수록 선택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간암의 경우 조기 발견 시 절제술, 고주파 열치료(RFA) 등 다양한 치료 옵션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고주파 열치료(RFA, Radiofrequency Ablation)란 전극 바늘을 종양에 삽입해 고주파 에너지로 종양 세포를 태워 없애는 시술로, 개복 수술 없이 진행할 수 있어 초기 간암 치료에 활용됩니다. 이런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조기에 발견했을 때만 열립니다.
간암은 재발률이 높은 암이기도 합니다. 치료 후 절반 이상에서 재발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완치 판정 이후에도 꾸준한 추적 검사가 필요합니다. 한 번 치료가 잘 됐다고 이후 검사를 중단하면 재발을 놓치게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제가 실천하고 있는 것은 단순합니다. 몸의 작은 변화를 무조건 간암과 연결해서 불안해하는 것이 아니라, 제 몸에 어떤 위험 요인이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주기로 검사를 받는 것입니다. 국립암센터에서는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간경변 환자 등 고위험군에 대해 6개월마다 간 초음파와 혈청 알파태아단백(AFP) 검사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알파태아단백(AFP, Alpha-Fetoprotein)이란 간암 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로, 혈액검사를 통해 수치를 확인함으로써 간암 선별에 활용되는 종양 표지자입니다. 이 두 가지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현재 제가 선택한 가장 현실적인 예방책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간암 초기에 정말 아무 증상이 없나요?
A. 많은 분들이 증상이 있으면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제가 직접 지켜본 경험상 초기에는 피로감이나 소화 불량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의 불편함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황달이나 복수처럼 눈에 띄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간 기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일 수 있어서, 증상만 기다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Q. B형 간염 보균자인데 간암 검사를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하나요?
A. 일반적으로 6개월에 한 번 간 초음파와 알파태아단백(AFP) 혈액검사를 받는 것이 권고됩니다. 국립암센터를 비롯한 주요 의료기관에서 B형 간염 보유자, C형 간염 보유자, 간경변 환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이 주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1년에 한 번 받는 일반 건강검진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Q. 복수가 차는 것과 단순히 살이 찐 것, 어떻게 구분하나요?
A. 배꼽을 보면 어느 정도 구분이 됩니다. 지방이 쌓여 배가 나오면 배꼽이 안쪽으로 들어가고, 복수가 차서 배가 불러오면 복강 내 압력이 높아지면서 배꼽이 밖으로 밀려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팔다리는 가늘고 배만 나오거나, 허리둘레가 갑자기 늘어나는 경우라면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 C형 간염은 어떻게 감염되나요? 일상생활에서도 옮나요?
A. C형 간염 바이러스(HCV)는 주로 감염된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전파됩니다. 주삿바늘 공유, 문신·피어싱 시 비위생적인 도구 사용, 수혈 등이 대표적인 감염 경로입니다. 일상적인 악수나 음식 공유로는 감염되지 않지만, 예방 백신이 없기 때문에 감염 여부를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40세 이상이라면 한 번쯤 C형 간염 항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결론
이번 경험을 통해 제가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아프지 않다'는 것과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같은 말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특히 간처럼 초기에 스스로 신호를 잘 보내지 않는 장기는 더욱 그렇습니다. 40대 중반이 되고 나서야 건강검진을 미루는 것이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는 걸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몸에서 황달, 복수, 수장홍반 같은 신호가 나타난다면 물론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런 신호가 없을 때 내 몸을 먼저 확인하는 것입니다. B형·C형 간염 보유 여부를 확인하고,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면 6개월마다 간 초음파와 AFP 검사를 받는 것이 현재 제가 선택한 방향입니다. 지금 당장 본인의 간염 검사 이력을 확인해보는 것에서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